십자가 앞에 다시 서다
고난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력 가운데 가장 깊은 묵상과 경건이 요구되는 이 한 주간은, 단순히 2천 년 전의 사건을 역사적으로 기억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지금도 살아 역사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새롭게 경험하는 은혜의 시간이고, 우리의 구원을 위해 친히 십자가를 지시고 모든 고난을 감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깊이 바라보는 자리로 우리를 초대하는 시간입니다.
이번 고난주간에도 우리 교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새벽 5시 30분에 특별새벽기도회를 갖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가장 이른 시간에 주님 앞에 나아와, 십자가의 은혜를 묵상하며 기도로 하루를 여는 것은 우리의 삶의 방향을 다시 하나님께로 맞추는 귀한 영적 훈련이 될 것입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쉽게 놓치기 쉬운 주님의 음성을, 이 새벽의 시간을 통해 더욱 분명히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이번 고난주간에는 초등부와 중고등부 학생들도 새벽기도회에 함께 참여하도록 초대하였습니다. 다음 세대가 어릴 때부터 십자가의 의미를 알고, 그 사랑 앞에 무릎 꿇는 경험을 하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앙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부모님들과 성도님들께서 자녀들과 함께 새벽 어둠을 뚫고 예배의 자리로 나오시는 그 발걸음이, 아이들의 마음에 평생 지워지지 않는 믿음의 각인이 될 줄 믿습니다.
또한 성금요일 저녁 8시에는 연합성가대의 특별찬양과 함께 금요수난예배가 드려집니다. 예배 중에는 주의 만찬이 거행되어, 주님의 희생을 더욱 깊이 기념하게 됩니다. 떡과 잔을 나누며,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찢기시고 흘리신 주님의 몸과 피를 기억하는 이 시간은 단순한 의식이 아닙니다. 복음의 핵심을 온몸으로 붙드는 거룩한 자리이고, “나를 기념하라”는 주님의 명령에 응답하는 순종의 예배입니다.
고난주간은 우리에게 조용히 그러나 깊이 묻습니다. “나는 과연 이 십자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단지 지식으로만 아는 십자가가 아니라, 나를 위한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고난은 나와 상관없는 사건이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한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감사해야 하고, 더욱 사랑해야 하며, 더욱 닮아가기를 결단해야 합니다. 이 한 주간, 기도와 말씀과 묵상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낮추고 주님께 집중합시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맞이하게 될 부활절에는,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사신 주님의 영광을 온 마음으로 찬양하는 기쁨이 우리 모두에게 넘치기를 소망합니다. 고난을 지나 영광으로 나아가는 이 거룩한 여정에 모든 성도님들을 초대합니다. 함께 십자가에서 승리하신 주님을 찬양합시다. (오중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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