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으로 함께하는 묵상 (4 - 1) / ‘마침내 벗어진 짐’
천로역정의 주인공인 ‘크리스천’은 세상의 광야를 헤메다가 한 동굴에 들어가게 되었고, 꿈을 꾸면서 천로역정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 때, 크리스천은 한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크리스천은 그가 짊어지고 있던 짐으로 인해 엄청나게 고통스러워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낙담의 늪’에 빠졌을 때에는 그 짐을 벗어버리고 쉽게 빠져나오기 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거운 짐을 쉽게 벗어버리기 위한 방법에 현혹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빛을 향하여 계속해서 나아갔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와중에도 주인공은 무거운 짐을 계속 짊어져야만 했습니다.
어느 날, 크리스천은 언덕 위에 세워진 십자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언덕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서 있고, 그 아래쪽에는 무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언덕을 기어올라 십자가에 이르게 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크리스천이 그토록 벗어 던지고 싶었던 짐, 그의 등을 한없이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스르르 풀려나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짐은 무덤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장면은 '천로역정'의 많은 이야기 중에서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꼽힙니다. 이는 십자가가 가진 용서와 구원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등에 있던 무거운 짐이 벗겨진 크리스천은 날아갈 듯한 기쁨과 자유를 느끼며 새로운 순례의 길을 떠납니다.
멸망의 도시를 떠나 하늘을 향하는 여정가운데, 등에 무거운 짐을 메고 있는 주인공은 이 땅에 살지만 천국을 소망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키는데요. 크리스천의 등에 있던 짐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살면서 짊어지고 있는 짐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죄와 그로 인해 경험하는 모든 근심과 걱정들, 그리고 문제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 크리스천은 우리의 모습과 동일하기도 합니다. 우리 역시 이 땅에 살아가면서 각자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천로역정의 주인공이 낙담의 늪에서도 짐을 벗어버리지 않고 짊어진 채로 빠져나왔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순례의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주인공은 길을 걷는 내내 노래를 부릅니다. “이렇게 멀리 왔네. 죄짐에 짓눌린 채.(생략) 마침내 이르렀네. 이곳이 얼마나 멋진가.(생략) 이제 짐은 떨어졌네.(생략) 복된 십자가여, 복된 무덤이여,(생략) 나를 위해 수치를 당하신 기꺼이 모욕을 받으신 주님이여.” 우리의 모든 죄짐을 대신 짊어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한번 더 묵상하고, 감사하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을 우리 삶의 왕이요,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가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민진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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