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으로 함께하는 묵상 (3 - 1) / ‘순례자의 짐’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은 어느 순간부터 무겁고 커다란 짐을 등에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짐은 크고 무거웠지만, 주인공은 짐을 멘 채로 ‘멸망의 도시’를 빠져나왔고, ‘낙담의 늪’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늪에서 빠져나와 홀로 남은 주인공은 길을 계속 걸어갔습니다. 그러다, ‘세속현자’(Worldly-Wiseman)를 만났습니다. 세속현자는 등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주인공에게 말합니다. “한시바삐 등의 짐을 벗어버리는 게 어떻소?” 그리고 한마디 더 합니다. “그 짐을 벗어 버리지 않고서는 신이 주신 축복을 마음껏 누릴 수 없다고…” 세속현자는 말을 이었습니다. ‘도덕골’(A village called Morality)이라는 마을에 가면 ‘율법’이라는 명철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주인공이 짊어진 것과 같은 짐들을 덜어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인공(크리스천)은 본래 자신이 가던 길에서 벗어나 세속현자의 조언대로 짐을 벗어버리기 위한 방법을 구하러 율법의 집 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언덕 근처에 다다른 주인공은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 언덕은 훨씬 더 높고 험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둔덕을 끼고 돌아가는 길 한쪽은 깎아지른 벼랑이어서 혹시라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까 겁이 더럭 났습니다. 얼마나 무섭던지 크리스천은 가던 길을 멈추고 얼어붙은 채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도자가 따라가라고 했던 길에서 빗겨나 샛길로 들어선 뒤부터 등짐이 한결 무거워진 느낌도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짊어지고 있는 짐을 생각할 때, 그 짐은 크리스천에게 내면적으로도 극심한 고통을 주었습니다. 그 짐을 벗어 버리라는 권유를 주변 사람으로부터 듣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당장 벗어버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낙담의 늪에 빠졌을 때조차, 그는 무거운 짐 때문에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무거운 짐을 스스로 벗어버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주인공의 등에 있는 짐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담 이후에 모든 인간이 가지게 된 죄성으로 인한 짐이요, 또한, 세상에서 살면서 얻게 되는 여러 고통과 문제들 가운데 얻게 되는 짐 덩어리입니다. 문제는 이 짐을 인간 스스로 절대 벗어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복음을 버리면, 무거운 짐을 벗어버릴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전에는 오직 율법이 강조되는 시기였습니다. 율법을 지켜야만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짊어진 짐은 세상의 방법으로도 율법 만으로도 완전하게 벗어버릴 수 없습니다. 조금 더 후의 이야기이지만, 주인공은 십자가 앞에서 짐을 벗어버리게 됩니다. 우리에게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아 모든 짐을 벗어버리고 온전한 평안과 쉼을 얻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민진성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