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으로 함께하는 묵상(2-1) / ‘순례자의 출발과 고통’

천로역정의 주인공인 ‘크리스천’은 세상의 광야를 헤매다가 한 동굴에 들어가게 되었고, 꿈을 꾸면서 ‘천로역정’이 시작됩니다. 크리스천은 한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들고 있던 책을 읽은 후에는 괴로움에 휩싸였습니다. 가족들에게 자신의 마음의 참담함과 고통을 털어놓았지만, 가족들은 그의 정신이 이상해 졌다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는 정말 오랜 세월동안 괴로움 속에 홀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어느 날, 크리스천은 ‘전도자’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고, 둘은 대화를 합니다. 크리스천은 전도자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등에 짊어진 무거운 짐 탓에 무덤보다 더 깊은 데로 빠져 들어가 결국 지옥에 떨어지게 될까 두렵습니다.” 그러자, 전도자가 말합니다. “사태가 그렇게 심각하다면 어째서 이렇게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겁니까?” 크리스천은 대답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전도자는 손가락을 한 방향으로 가리키며 말합니다. “저 멀리 좁은 문이 보입니까?” 크리스천은 “아니오”라고 답합니다. 전도자는 다시 묻습니다. “그럼, 저만치 비치는 환한 빛은 보입니까?” 크리스천은 “네” 라고 답합니다. 전도자는 이어서 말합니다. “빛에서 눈을 떼지 말고 그 쪽을 향해 똑바로 걸어가시오.”

크리스천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예상대로, 주인공은 그가 살고 있던 ‘멸망의 도시’를 뒤로 하고, 빛이 보이는 좁은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때, 그의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은 어디론가 정신없이 달려가는 크리스천을 보며 돌아오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두 손으로 귀를 꼭 막고 내처 달립니다. 그리고 입으로는 연신 중얼거립니다. “생명! 생명! 영원한 생명!”

사실, 우리는 다른 의미의 천로역정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삶과 영역에서, 그리고 여러 역할 가운데 크리스천처럼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우리는 하나님의 본체요, 독생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원받은 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나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나는 천국을 향한 소망과 기쁨 가운데 살고 있는가.. 하나님 나라를 향한 여정 가운데 나는 순례자의 길을 잘 걷고 있는가.. 이런 여러 질문들을 통해 하나님 앞에 ‘나’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더 점검하시길 바랍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 되신 주님만을 붙들고 오늘도 한걸음을 떼는 복된 여정이 되시길 축복합니다. (민진성 목사)